4차산업혁명 시대, 탄소중립과 조리기기 이야기-12
최근 미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가스레인지 사용금지' 논란의 진실
(주)모아이 문성철 대표

[산업인뉴스] 가전업계에서는 연간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선 제품을 ‘필수가전’이라 부른다. 조리기기인 레인지(전기/가스)의 연간 판매량은 현재 20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우리와 친숙한 필수가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친숙한 것을 종종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한다. 본 칼럼은 조리기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찰하며 독자들에게 보다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됐다. 이 글이 국내 조리기기 산업에 있어 경쟁력을 갖고 올바로 성장하는데 있어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픽샤베이]
[픽샤베이]
문성철 (주)모아이 대표
문성철 (주)모아이 대표

미국폐협회(ALA)는 실내가 실외와 비교해 2~5배 정도로 유해물질이 많고, 심지어 100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담배를 비롯해 다양한 건축자재 및 가구, 석면을 함유한 단열재, 바닥재, 실내 장식품, 카페트, 압착 목재제품, 반려견 등 사람이 생활하며 유발하는 먼지 등이 복합적으로 실내의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점을 말한다.

또 협회는 ‘사람은 하루에 9,000L이상의 공기를 호흡한다’며 실내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용면적 75m², 높이 2.5m인 집을 가득 채운 공기가 약 1만8,750L 정도라 생각할 때 한 사람이 하루에 집안의 공기 절반을 들이마시고 있는 셈이다.

美 환경보호국(EPA)도 미국폐협회(ALA)와 마찬가지로 실내공기질(Indoor Air Quality) 관리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음과 밀폐효과 등 건축기술이 발달하면서 환기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실내공기오염이 심각하며 이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가스레인지 사용금지 논란

최근 화제가 된 뉴스 중 하나로 '미국 일부 주에서 가스레인지의 사용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국내로 전해진 바 있다.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연소(폐)가스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가 건강 문제나 실내 공기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UCLA 공중보건대학원은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경우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2),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광범위하게 배출되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RMI(NGO단체) 역시 “건물에서 가스를 태우는 것은 실내 공기 오염에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 했다.

그러나, 미국 가스협회(AGA)에서는 “RMI가 가스레인지 사용과 천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자신들이 입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련성을 조사할 때 가스레인지 모집단이 표준화(설치연식, 고장여부 등)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실 여러 주장들이 복합적으로 발표되며 사안이 복잡한 것 같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집안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은 앞서 언급한데로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만을 보면 주장이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것만이 실체는 아니다.

실내공기 악화 원흉이 가스레인지(?)

집안 오염원으로 가스레인지가 언급이 되었으니, 그렇다면 과연 가스레인지가 오염원인지 이에 대해 좀 더 깊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스레인지의 원료 중의 하나인 도시가스는 ▲메탄 ▲에탄 ▲프로판 ▲부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도시가스는 메탄이 약 90%를 차지하며 일정한 열량으로 조절하기 위해 다른 가스를 혼합해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시가스는 불순물이 거의 없도록 정제를 한 후에 배관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국내 도시가스의 경우 오염원 배출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미국은 땅속에 파이프만 꽂으면 가스가 나온다 할 정도로 가스가 많고, 지역마다 가스의 성분도 다양해 여러 가스공급자가 사용자에게 가스를 공급하면서 정제를 제대로 하지않고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상황과 동일한 여건으로 비교해 오염원이 배출된다는 주장은 사실상 맞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좀더 쉬운 이해가 가능하다.

도시가스의 연소 반응식은 하나의 메탄(CH4)과 두 개의 산소(O2)가 결합해 연소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두 개의 수증기(H2O)가 발생한다. 정상 조건에서 적절한 제어와 관리가 이루어진 도시가스 연소 시스템에서의 일반적인 반응식이다

CH4 (메탄) + 2O2 (산소) → CO2 (이산화탄소) + 2H2O (수증기)

이 반응식만을 보면 CO, NOx, 벤젠 등의 유해물질을 찾아 볼수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조건이 아닌 경우 다음의 반응과정을 통해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반응과정을 살펴보기 전 도시가스 연소로 인해 생성되는 CO, NOx, 벤젠 등의 양은 일반적으로 매우 적은 양이기 때문에 실상에서는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의미 있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실제 이들 최대 농도가 규제기관의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CO : 2CH4 + 3O2 → 2CO + 4H2O

NOx : CH4 + 2O2 → CO2 + 2H2O + 2NO → 2NO + O2 → 2NO2 * 고온

벤젠 : 3C2H2 (아세틸렌) + 9H2 → C6H6 (벤젠) * 고온/고압

이러한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연소기기의 오염, 불량, 유지관리 미숙, 연료 품질문제 등이 있다. 따라서 안전한 도시가스 연소를 위해서는 적절한 유지관리 및 안전점검이 필요하며, 규정에 따라 꼼꼼하게 기기를 관리해야 한다.

[픽셔베이]
[픽셔베이]

유독 가스기기에게만 소홀한 유지관리 인식

정수기 필터는 통상 6개월 단위로 교환한다. 자동차 역시 1만 또는 1년 단위로 엔진오일을 교환한다. 물론 다른 기기나 장비들도 기기의 성능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제품에 따른 주기적인 유지관리는 필수 조건이다.

사실 가스레인지나 보일러 역시 단순히 청소하는 것을 넘어서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 부품 교체 등 의 적절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극히 드물다. 보통 10여년을 쓰다가 고장이 나면 바꾸는 것이 국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2021년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2,916명이었다. 그렇다고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동차를 없애거나 보다 안전하게 탱크처럼 만들어 타고다닐 수 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점을 파악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관련 법규를 보완하는 동시에 자동차의 안전성도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 가스레인지 등 가스 연소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통계가 다소 부족해 미국의 예를 들었지만, 미국의 상황은 우리와는 여건이 조금 다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온돌식 난방이고 카페트 문화가 아니다. 또 1990년대 이후에야 도시가스 사용이 활성화되었기에 가스레인지도 비교적 신제품이 일반화돼 사용중에 있다.

아울러, 가스레인지와 건강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미국 역시 정확한 연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막연한 시선으로 가스레인지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스레인지 업체도 더 분발해야 한다. 우리가 범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스레인지는 1834년 발명됐다. 무려 199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동일한 형태와 구조, 반복되는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제조업체에게도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는 가스레인지에서 발생하는 연소(폐)가스가 인체에 가능한 발생하지 않거나,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새롭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발전하는 것도 현재의 논란을 일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문성철 ㈜모아이 대표

POSCO, 한국가스안전공사, 삼성전자에서 약 30년 동안 재료와 가스분야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은 연소기기분야의 전문가이다. 특히, 가스안전공사 시험검사처에서 가스연소기의 설계단계검사와 해외인증대행을 담당했으며,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개발팀에서 북미/남미향 가스레인지와 버너개발을 총괄했다.

2022년 5월 삼성전자를 나와 열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키친의 혁명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회사인 ‘모아이’를 창업했다. 모아이는 ‘열을 지배하다’를 모토로, ‘지구를 시원하게, 조리를 즐겁게’란 비전하에 조리기기의 ‘탄소중립’과 ‘AI 자동조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회사의 모토와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마치 남태평양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 석상을 설치한 것 만큼이나 숭고하고 보람찬 일이라는 생각으로 스타트업 회사의 사명을 ‘모아이’라 명명하게 됐다.

㈜모아이는 혁신적인 가스버너와 가정용 In(밀폐형) 레인지(가스), 휴대용 In 레인지(가스), AI 레인지(가스/전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거대한 벽(Big wall)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며 정상에 오르는 암벽 등반을 즐기는 문 대표는, 현재의 조리기기의 개발과 혁신 또한 암벽등반과 같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전문가로 활동해온 문성철 대표가 혁신적인 기술과 전문가로서의 경험으로 바탕으로 조리기기분야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며 정상에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